대한정형외과학회 송해룡 산학협력위원회장

헬스케어는 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하며,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2025년 세계 보건산업 시장은 3,148조로 전망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5년 504조,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2027년에는 155조,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5년 90조로 지속 증가될 전망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송해룡 산학협력위원회장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의사창업연구회 회장)

원격의료는 2002년 의료진 간의 협진 개념의 원격의료만 허용됐다. 2019년 강원도 원격의료 특구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2020년 코로나로 전화상담과 처방 등이 한시적 허용됐다. 2020년 식약처의 허가를 얻은 원격 의료기기는 51개이지만, 2016년까지 3차에 걸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입법화되지 않아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2014년 ‘의료기구의 원격의료 추진에 관한 의견’을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개념을 수립하고 광동성 제2인민병원이 디지털 헬스케어기업과 협력해 최초의 온라인 병원(하루 환자수 4만명)이 설립됐다.

현재 전국에 158개 이상의 온라인 병원 구축됐으며 한국의 SK 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에 3억 달러를 투입해 스마트 종합병원 설립 중이며, 추후 9개 도시에 확산시킬 예정이다. 한국도 코로나 비대면 진료 건수 400만건에 해당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병원을 복지부 주관으로 6개의 병원이 선정돼 감염병환자의 비대면 진료시스템, 스마트수술실, 병원 내 의료장비 추적시스템 등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격의료의 필요성은 새로 탄생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안에서 한국의 우수한 IT산업, BT산업/의료기술을 융합한 IoMT(Internet of Medical Things) 산업화가 향후 100년의 한국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료취약 지역(산간 및 도서지역)의 주민, 원양선박 종사자, 해외교포 등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공익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텔라닥 원격의료 회사는 4,000만명 회원을 확보하며,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회사 리봉고를 22조원에 인수해 아마존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중국 보험회사 핑안보험은 원격진료 플랫폼으로 3억명 회원을 진료하고 있다. 미국 디지털치료제 기업인 바이오포미스(Biofourmis)는 중국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지안커(Jianke)와 협약을 체결하고 중국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필요한 요소들은 병원 의료정보시스템의 통일화, 의료사물인터넷(IoMT),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진단/치료제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격 진단과 진료에 사용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대부분 스타트업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으로서 공산품 수준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진료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 수준의 심전도 패치, 혈압/맥박/산소 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손목시계나 손목밴드 등은 현재 임상 시험 중이거나 제한된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원격의료법이 통과해도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측정된 환자들의 생체신호가 기존의 의료기기의 측정치에 비교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의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 생체신호가 무선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생체신호의 전달이 늦게 의료진에게 전달되거나 소실되는 경우 의료사고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문제에 대한 법적인 예방대책도 필요하다.

이런 장벽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기업, 대형 병원의 의료진, IT 대기업, 플랫폼 대기업, 보험회사 등이 협업해 디지털 헬스케어의 사업화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하버드대학 부속병원인 Brigham and Women’s Hospital과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이 공동출자 회사 설립했다. 13개 소속 병원 기술 사업화를 위해 연구실과 기업에 약 2조원 투자해서 연간 약1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대형병원들이 영리법인으로써 출자회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국내외 제약, 의료기기기업, 투자회사들과 투자조합을 만들어 의료기기 산업화의 중심이 돼야만 의료기기산업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면 미국의 대형병원인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이나 존스홉킨스병원(Johns Hopkins)는 많은 의사들이 창업해 진료수익보다는 우수한 의료기술의 사업화로 진료수입의 5~10배 정도 이루고 있다. 미국의 의사창업기업들은 신약보다는 대부분 병원정보를 이용한 인공지능기반 약처방/환자관리 앱/디지털 진단 및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로서 병원 외부에서 창업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의사창업기업가협회를 창설하고 의사창업기업을 위한 투자조합을 형성해 정부로부터 모태펀드를 지원받아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복지부에서 주관한 ‘개방형 실험실 사업’도 대학병원과 스타트업들을 연계해 기술개발, 임상시험, 연구비 수주, 투자유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실례로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 실험실의 경우 3년간 30억원의 예산으로 500억원 이상의 연구비 및 투자유치 등 훌륭한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는 2020년 대학병원에서 탄생한 120개의 의사창업기업이 협의체(의사창업연구회)를 구성해 의료기기 스타업들과 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 대부분이 100억 미만의 중소업체이고 외국시장 진출이 기술경쟁력의 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의료기기산업의 생태계(대학병원·의사창업·스타트업·복지부·산자부·투자기관 등)를 지원하는 범부처 전담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 정부에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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