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가 최근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발표를 통해 올해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시판 후 약물 감시’를 기존의 사용성적 조사 대신 RWD(실제 사용 자료)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본지가 연속 보도로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달했는데도 ‘의약분야 규제혁신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예고한 내용을 그대로 강행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히 미국, 유럽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약물 감시 계획의 일환으로 RWD를 활용 중이라는 식약처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는 의견도 들린다.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RWD가 아닌 의사, 환자 등의 자발적인 이상반응 보고를 기초로 백신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6일 기준, 무려 4465만 9394명이다. 

화이자, 모더나, 노바벡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우리 국민의 숫자다. 전 국민의 87%가 2차까지 맞았다.

단순히 수도권 인구 2000만명이 접종한 백신이 아니다. 임산부, 수유부는 물론 다섯 살짜리 소아부터 중·고등학생 청소년은 물론 60세 이상의 노년층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행렬에 동참했다. 그만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의 약물 안전성 감시가 중요한 국면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시판 후 약물감시’를 기존의 사용성적 조사(의약품 재심사 성격) 대신 RWD 자료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보통 제약사가 임상시험에서 찾을 수 없었던 효과성 또는 안전성 이슈를 찾기 위해 식약처 지시에 따라 의약품 시판 직전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사용성적 조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지만 식약처가 RWD라는 새로운 예외를 인정한 셈이다. 

팜뉴스가 그동안 “식약처,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감시 '패스'하고 RWD 마이웨이?”  “식약처. 코로나19 백신 사용성적 조사 ‘타이밍’ 놓치고 오로지 RWD?” 등의 보도를 통해 임상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를 전달해온 이유다. 

기존 사용성적 조사를 RWD 자료로 시판 후 약물감시 체계를 대신할 경우 코로나19 백신중증 이상 반응 등에 대한 안전성 시그널 검출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초기, 식약처가 사용성적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뒤늦게 RWD 카드를 꺼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규제 혁신’이란 가치를 내세워 RWD 카드를 확정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임상 전문가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내세운 명분에 대한 근거가 상당히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미국, 유럽 등과 같이 대유행 감염병 백신(코로나19백신)부터 시판 후 약물 감시에 해당 백신을 접종받은 대규모 인구집단의 실제 사용 자료(RWD)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며 “대규모 인구 집단에서 다양한 시판 후 약물감시 결과를 획득하고 시판 후 조사를 원활히 수행하여 품목허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WD 개념에 대해서는 “다양한 자료원에서 수집되는 환자‧건강상태‧보건의료 전달체계와 관련된 각종 실사용 자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임상 전문가(전문의)는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시판 후 약물 감시 일환으로 RWD를 사용하고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유럽의약품청(EMA)은 의료인 등의 자발 보고에 기초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약물 감시를 진행 중이고 FDA은 VERSE(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 영국은 옐로우 카드로 백신에 대한 시판 후 모니터링 중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유럽의약품청은 코로나19 백신 관련해서 특별한 RWD를 활용한 것이 아니다”며 “항상 해오던 자발 보고를 기초로 가능성 있는 부작용들을 발굴해냈다. 우리나라에서 환자, 환자의 보호자, 약사, 의사가 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하는 것처럼, 기존의 시스템 하의 일상적 활동으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시판 후 약물 감시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식약처의 도입 명분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MHRA)은 옐로우 카드 보고(Yellow Card reporting)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모니터링을 수행 중이다. 의료인들은 누구나 해당 시스템을 통해 부작용 보고가 가능하다. 유럽 의약품청(EMA)도 산하의 안전성관리위원회(PRAC)의 회의 또는 보고서를 토대로 대한 백신에 대한 시판 후 감시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핵심은 옐로우 카드 보고 또는 PRAC의 의사 결정 주체가 MHRA와 EMA라는 점이다. 선진 규제 당국이 RWD가 아닌 자발 보고 기초의 개별 사례를 통한 정성 분석(정량 분석의 반대 개념)으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약물 감시에 나서왔다는 얘기다. 

미국의 질병통제 예방센터(CDC)와 FDA가 공동 관리 중인 VERSE도 다르지 않다. FDA도 환자, 환자의 보호자, 의료인 등이 백신 이상반응을 VERSE에 보고한 이후 사례가 누적되면 안전성 관련 결정을 내려왔다. 

다른 임상 전문가는 “식약처도 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받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이상반응 보고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며 “해당 자료를 이용하면 유럽처럼 자발 보고에 의한 정성 분석이 가능한데 기존 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RWD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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