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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의사과학자 양성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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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의사과학자 양성이 '열쇠'

2022.09.05 06:58
김무환 포스텍 총장, 어거스틴 최 코넬대 의대 학장 대담
김무환 포스텍 총장과 어거스틴 최 미국 코넬대 의대 학장이 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한국의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해 논의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김무환 포스텍 총장과 어거스틴 최 미국 코넬대 의대 학장이 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한국의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해 논의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의학과 공학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혁신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다. 의사과학자들의 장기간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mRNA 백신이 1년만에 나올 수 없었다는 평가다. 

 

의과학대학원 설립 등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김무환 포스텍 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어거스틴 최 미국 코넬대 의대 학장과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해 진행한 대담을 본지가 단독 취재했다. 최 학장은 한인 재미교포 최초로 미국 명문 사립대를 일컫는 아이비리그 의대 학장에 올라 코넬대 의대의 의사과학자 양성을 주도하고 있다.

 

김 총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 헬스 산업은 한국 3대 주력산업인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의 3.4배가 될 것으로 예상되나 2020년 기준 한국의 글로벌 점유율은 0.8%에 그친다”며 “바이오 헬스산업이 기술집약산업으로 연구개발(R&D) 성패가 곧 시장 우위로 연결된다는 점과 예측의학, 맞춤형 신약개발 등이 여러 분야의 융합연구임을 감안하면 의사과학자의 활약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김 총장 “의공학 융합연구 수행 의사과학자, 과기특성화대에서 양성”

의사과학자는 의사이면서 기초의학과 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훈련을 받은 이들을 말한다. 의사 자격(MD)과 박사 학위(PhD)를 모두 보유한다. 최 학장에 따르면 의사 과학자는 크게 기초의학에 몰두하는 유형과 의공학적 융합연구를 수행하는 유형으로 나뉜다. 김 총장이 키워내겠다는 의사과학자는 후자의 형태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포스텍 내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의중을 담아낸 것이다. 


최 학장은 "공학과 의학을 합치려는 시도들이 전 세계에서 꿈틀거리는 시점에 포스텍이 의전원을 설립해 공학과 의학 융합을 보여준다면 전 세계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은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의사과학자 양성”

미국은 정부 주도로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매년 1조원 가량을 투입해 의대생과 전공의 등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최 학장은 “미국 내 154개 의대가 있다”며 “MD 학위를 PhD나 로스쿨, 경영학석사(MBA) 등과 연계해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미국 내 의사과학자 양성 분위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어배너섐페인 일리노이대는 지난 2018년 공학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의대를 표방하며 ‘칼 일리노이 의대’를 설립했다. 수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데이터 사이언스 등 전공한 학생들을 선발해 현재 약 80%가 공학 전공자다. 


최 학장이 이끌고 있는 코넬대 의대도 마찬가지다. 최 학장은 “코넬대 의대에서는 지난해 기준 총 451명의 의사과학자들이 양성되고 있다”며 “3년간의 펠로우쉽 기간 중에 약 18개월을 연구에만 몰두하게 지원하며 초년 교수진들에게도 연구시간을 보장해준다”고 말했다.

 

 

○ “과기특성화대 의전원 설립, 기존 꼬인 문제들 풀어줄 것”

매년 약 3000명의 의사가 국내에서 배출되지만 2000년 이후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 이는 연간 약 50명에 그친다. 약 10만 명의 국내 의사 중 의사과학자는 약 700명 수준으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지원자가 줄면서 인력이 고갈돼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영향력이 없으니 지원이 끊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도 대학병원 안에 자신의 실험실을 갖추고 연구활동을 이어가는 의사과학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는 70∼80%의 시간을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임상에 할애하고 있다.


김 총장은 과기특성화대에 의전원 설립이 이런 문제를 풀어줄 것이라 전망했다. 김 총장은 "연구를 하고 싶은 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의전원을 졸업한 뒤 다시 의사를 하는 것 아니냐 우려하지만 4년이 더 걸리는 의전원을 하고 나서 의사를 할 확률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최 학장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MD와 phD를 함께 가진 인재들의 경우 약 83%가 연구를 이어가는 것으로 집계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일리노이대 사례처럼 과학자와 의사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학장은 “최근의 노벨상 수상자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자 모두 의사과학자”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결국 국가가 나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며 "의사과학자 양성을 국가적 성장 전략안으로 삼고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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