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를 코로나 치료제 운송 수단으로

미국 연구진, 새로운 방식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학입력 :2022/09/30 14:10    수정: 2022/09/30 15:30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물질을 입히는 방식의 치료제가 제안됐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진은 사람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 기능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물질을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부착시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수용체는 사람 세포 표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해 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NMT5'라는 이름의 이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붙어 있다 인체 세포에 접근하면 ACE2 수용체를 잠시 마비시키는 일종의 ‘탄두’를 터뜨린다. 니트로글리세린과 비슷한 성분의 이 물질이 닿으면 수용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식하지 못하게 돼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을 때엔 ACE2 수용체는 정상 작동한다.

이 연구는 29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실렸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원리 모식도 (자료=스크립스연구소)

스크립스연구소 스튜어트 립튼 박사는 "이 치료제를 쓰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코로나19 퇴치 수단으로 바꿀 수 있다"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스스로 확산을 막는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복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립튼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쓰이는 메만틴을 개발한 연구자다. 감기약을 먹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증상이 호전되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인플루엔자 치료제 성분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했다.

연구진은 메만틴과 구조가 비슷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잘 달라붙고 ▲사람 ACE2 수용체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물질로 NMT5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세포 단위에서 실험하고, 이어 햄스터에도 적용해 효과를 확인했다. 세포 실험에선 노출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95%를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햄스터에 대해선 체내 바이러스 수준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이는 폐 혈관 손상 방지와 염증 완화로 이어졌다. ACE2 수용체에 대한 약물의 효과는 약 12시간 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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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바이러스의 일부 부분을 막는 방식이라 바이러스의 변이를 일으키기 쉬운 반면, 이 방식은 바이러스를 약물 수송체로만 쓰기 떄문에 다양한 코로나 변이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연구진은 향후 사람 대상 임상평가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안전성과 효과를 추가 검증하기 위한 동물 실험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