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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여성암 위험 높이는 ‘BRCA 변이’가 왜 전립선암 위험도 높일까?

이병문 기자
입력 : 
2022-11-29 15:17:25
수정 : 
2022-12-05 1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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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억제 단백질생성 돕는 BRCA유전자 변이도 전립선암과 관련
BRCA2 변이, 전립선암 발생위험 작게는 3배, 많게는 8.6배 높여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되면 생존율 낮고 치료도 어려워져
전립선암 표적치료제로 PARP저해제 부상…맞춤치료로 적극 권장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이 높아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은 지난 30년동안 크게 증가했다. 1993~1995년 전립선암 발생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59.1%에 그쳤지만, 2015~2019년 발생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94.4%에 달했다.

그러나 전립선암은 전이될 경우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 원격 전이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45.7%에 불과해 생존율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 중에서도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일 경우 예후가 더 나쁘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에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면 남성호르몬이 줄어들어 암이 억제되지만, 시간이 경과하며 더 이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상태로 진행된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4~5년 이내이지만,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생존 기간은 12개월 미만으로 급락한다. 문제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전립선암은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남성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독한 암’이 될 수 있다. 서양에서는 11월이 되면 콧수염을 기른 남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2003년 호주에서 시작된 ‘모벰버(Movember)’ 캠페인에서 유래했다. 콧수염을 뜻하는 ‘Moustache’와 11월을 뜻하는 ‘November’를 합친 단어로, 남성 건강을 위협하는 전립선암 인식 향상을 위한 캠페인이다.

전립선암은 65세 이상 남성에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최근 전립선암이 난소암, 유방암 등 여성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BRCA 변이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RCA 유전자는 누구나 갖고 있으며, 종양 억제 단백질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일반 세포에서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 암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BRCA 유전자의 변이는 유전성 전립선암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며 BRCA2 변이는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작게는 3배, 크게는 8.6배까지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가운데 대표적인 여성암인 난소암 치료에 주로 쓰여온 PARP저해제가 그 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도 효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PARP(폴리 ADP-리보스 중합효소)는 암세포 DNA의 복제 과정에서 손상되는 단일 가닥의 복구를 돕는 효소이다. PARP저해제는 PARP 효소가 암세포의 손상을 복구시키지 못하도록 유도하여 암세포의 사멸을 이끄는 표적치료제이다. 특히 PARP저해제는 BRCA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며 정밀의료 분야에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의 약 27%에서 BRCA1/2 변이를 포함한 상동 재조합 복구(HRR) 유전자 변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PARP저해제가 효과적인 표적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실제 연구 결과 PARP저해제인 올라파립(린파자)은 BRCA 변이를 포함한 상동재조합복구(HRR) 유전자 변이가 있으며, 이전에 호르몬치료 후 진행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66% 감소시켰다. 특히 BRCA 1/2 변이 환자만을 대상으로 분석할 경우, 전립선암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위험을 78%까지 낮췄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대한비뇨기초의학연구회 회장)는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등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나쁜 경우도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이어 “의학 발달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도 BRCA변이와 같은 바이오마커가 발견되며, PARP저해제와 같은 표적치료제들이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서는 BRCA 변이의 확인을 위한 진단 검사와 변이 결과에 따른 맞춤치료가 적극 권장되고 있으며, 최근 대한비뇨기초의학연구회에서도 비뇨암 유전자 검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해 BRCA 변이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BRCA 변이 검사가 국내에서도 중요한 치료의 고려사항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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