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산자부-지자체-학교... '자기를 접고 우리로 뜻'을 모았다
인당 수천만원 필요한 아일랜드 연수, 이젠 국내서 50만원으로
아시아개발은행과 협약 통해 국제 백신 불균등 해소에도 기여

 검은 토끼의 해                               
 마음 열고, 협력하며  신나게 달리자  

개방형 혁신의 전제는 상호 협력이다. 새해 아침 히트뉴스는 협력의 가치를 품은 과거지사이자, 미래를 향한 현재 진행형인 3가지 이야기를 하려한다. 희망적 선언대신 과거지사를 꺼내든 것은 이곳에 대한민국 제약바이오가 가야할 길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에는 감동과 탄식, 아쉬움이 혼재되어 있다.

1. 사일로 효과를 걷어찬 K-NIBRT
2. 외교부까지 도움 준 스카이코비원
3. K-오픈이노베이션의 꽃 렉라자

K-NIBRT사업단은 2022년 4월 실습교육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K-NIBRT사업단은 2022년 4월 실습교육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한국형 바이오 공정 인재 양성 사업인 K-NIBRT(한국형 국립바이오공정교육연구소, 연세대 K-NIBRT사업단, 사업단장 : 이진우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는 정부, 산업, 학계 등의 대표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다.

사일로(Silo) 효과라는 경영학 용어가 있다. 굴뚝 모양의 창고인 사일로에 곡식 및 사료를 저장하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용어로, 각 조직 부서들이 서로 담을 쌓고 내부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K-NIBRT는 '내가 해 냈다'를 넘어 '우리가 해 냈다'로 표현될 수 있을만큼 성공적인 협력이 투입된 대표 사례이자 탈 사일로 효과의 K브랜드다. K-NIBRT 사업단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연세대학교, 인천시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운영 중이다. 이 사업단이 구성되기까지 산업계와 협회 등을 포함한 각 구성원들 사이의 꾸준한 의사소통과 협업 과정이 있었다. 

이 사업은 2019년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혁신신약·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을 3배로 높이고, 바이오헬스산업을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바이오헬스분야에 특화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산업현장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약특성화대학원과 아일랜드 NIBRT를 꼽았다. NIBRT 모델을 한국으로 도입해 인공지능 신약개발 등 제약바이오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산공정 실습이 가능한 국제규격의 생산 센터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2011년 아일랜드 정부 투자로 설립된 NIBRT는 매년 4300명의 교육생을 양성하고 있으며, 의약품 생산, GMP, QC(품질관리) 등 제약·바이오 공정 전 범위에 대한 이론·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실무경험 습득 중심의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산업계의 목소리 수용, 범부처 사업의 시작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통상부는 2020년 7월 바이오인력양성사업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통상부는 2020년 7월 바이오인력양성사업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이런 바이오의약품 공정 인력 부족을 인식하기까지 제약바이오협회의 노력이 있었다. 협회 측은 바이오의약품 공정 인력의 부족, 필요성에 대한 산업계의 상황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아일랜드 NIBRT에 교육을 보내기 위해선, 1인당 수천만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점도 설득에 일조했다. 현재 K-NIBRT는 국내 교육생 인당 50만원의 본인부담금만 있으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추후 복지부와 산자부의 개별적 인력 양성 사업을 범부처 사업으로 통합시키는 데도 협회 측의 목소리가 작용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11월 8일 아일랜드 NIBRT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출처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11월 8일 아일랜드 NIBRT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출처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속적으로 바이오 전문인력 교육기관의 설립을 주장했다. 협회는 이미 당해 2019년 9월 NIBRT와 MOU를 체결해 바이오 인력 양성에 대한 협의를 논의해왔다.

원 회장은 이후 2019년 11월 국내 제약기업과 아일랜드 방문 이후,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아일랜드 방문을 통해 "NIBRT의 협력을 받아 한국에 교육기관을 설립하면 동북아 지역 바이오 인력 양성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킬리안 NIBRT 대표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NIBRT 사업 초기 우리나라 복지부와 산자부는 개별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이라는 큰 범주는 같았지만, 세부적인 사업내용은 달랐다.

복지부는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요소들을 담당하고 있었다면, 산자부는 센터 건설 및 장비 구축 등 하드웨어 요소들에 대한 예산을 배정받았다.

제약협회는 부처가 각개로 움직이는 것보다, 범부처로 움직이는 것이 사업 성취 및 운용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제시했고 이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마침내 2020년 7월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업무 협약을 통해 K-NIBRT 사업을 공동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6년간 투입 예정 예산은 600억원 규모였다. 

당시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 주도로 바이오공정 인력센터가 추진된 건 미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 케이스였고, NIBRT 센터가 설립되는 것은 아시아에서는 최초라는 데 의미가 있었다.

복지부와 산업부는 명확한 업무 범위를 설계하고, 이후 산업계, 지자체, 학계 등과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 지자체 간담회'를 열어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한 검증을 받기도 했다.

이 간담회에는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GC녹십자, LG화학, 알테오젠, 일양약품, 에이비엘바이오, 엑셀세라퓨틱스, 프레스티지바이오 등이 참여했다.

 

사업 수행기관 공모와 공동운영위원회 구성 

연세대와 보건산업진흥원 그리고 아일랜드 NIBRT는 2021년 3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연세대와 보건산업진흥원 그리고 아일랜드 NIBRT는 2021년 3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0년 10월 공모 결과 최종적으로 연세대학교와 인천시가 선정됐다. 송도에 K-NIBRT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 건립이 확정된 것이다.

연세대학교가 위치한 송도가 해상(항구), 항공(공항) 등 물류 접근성이 뛰어나고, 의약 관련 학과 및 병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캠퍼스 내 연세사이언스파크(YSP)에 센터를 설립할 수 있는 충분한 가용 공간이 있다는 점 등이 선정 요인으로 뽑혔다.

이렇게 복지부와 산자부가 주무부서, 보건산업진흥원과 산업기술진흥원이 관리기관, 연세대학교와 인천시가 보조사업자로서 참여한 공동운영위원회가 구성됐다.

이후 연세대 K-NIBRT 사업단은 주무부서 및 관리기관과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나갔다. 2021년 연세대와 보건산업진흥원 그리고 아일랜드 NIBRT 간 업무협약이 체결됐고, 협약 내용은 △NIBRT 교육 프로그램 도입 △K-NIBRT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구축 △바이오산업분야 교육·국제교류 협력 등 이었다.

센터 건설 일정도 확정됐다. 2024년 말 YSP A동은 2000평 규모의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B동은 4000평규모의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현재는 시범사업센터가 개소돼 한시적 운영 중이다.

 

항체의약품→백신 시범사업 노선 전환, 원부자재비 증가

적극적인 추가 예산 확보 노력

K-NIBRT 센터 현장 항공사진 및 예상 조감도
K-NIBRT 센터 현장 항공사진 및 예상 조감도

NIBRT라고 하는 큰 인프라를 한국으로 옮기기 위해선 시범 사업이 필수적이었다. 

다만, 변수가 존재했다. K-NIBRT는 본래 항체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특화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시범 사업으로 백신 특화 교육 도입을 결정하게 됐고, 시범 사업을 먼저 진행하게 됐다. 이전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확보한 예산은 항체의약품 교육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해졌다.

백신 특화 교육을 위해 필요한 추가 지원에 있어서는 복지부가 목소리를 높였다. 추가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하는 데 있어, 연세대 측과 논의해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장비에 대한 전문가적 견해를 주장했다. 

이런 복지부의 노력으로 현재 항체의약품 과정과 별도의 장비 투자비에 대한 예산이 신청된 상황이다. 

예산이 신청된 후부터는 양 진흥원이 나섰다. 진흥원은 사업 운영과 관련된 부분을 기재부와 논의했으며, 무엇이 더 필요한 지 정부부처와 사업단 의견을 참고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또한 확정된 예산 범위에서 사업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사업을 진행해 나간다. 

K-NIBRT 사업단 측에 따르면, 진흥원 측과 실제 사업비 운영에 있어 모든 걸 협의해 진행하고 있으며, 실적도 체크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1월부터 1명의 파견직을 사업단 내 상주시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센터 건설에 있어서,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한 원부자재비도 큰 고민이었다. 산자부 측이 기존에 확보한 예산 범위 외 추가 지원은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업단은 사업 축소와 추가지원금 확보의 갈림길에 섰었다.

이에 선뜻 나선건 지자체인 인천시였다. 김성보 K-NIBRT 사업단 대외부단장은 지난 27일 히트뉴스와의 취재에서 "사전 확보된 예산 외 원부자재비 증가에 따른 인프라 구축 추가 비용을 인천시에서 적극적으로 부담했다"며 "이에 규모 감소 없이, 빠르게 건설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자체 측에서 산자부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 이 부분들을 협의한 것"이라며 "지자체가 바이오헬스 분야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감내했다는 점에서 멋진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국내를 넘어 국제 보건 지역 격차 해소 기여

K-NIBRT 백신 교육 과정에 참여한 각국 교육생들 (사진 제공 : K-NIBRT)
K-NIBRT 백신 교육 과정에 참여한 각국 교육생들 (사진 제공 : K-NIBRT)

K-NIBRT 2021년 9월 교육을 시작으로 활발히 운영 중이다. 국내를 대상으로 시작한 교육은 해외 개발도상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WHO가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대한민국을 선정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공동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13개 국가(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몽골,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동티모르,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카자흐스탄) 59명에 대한 '백신 생산공정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은 5월, 9월 각 8주(이론+실습)로 K-NIBRT가 보유한 모든 백신 특화 교육 패키지로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도 국내 기관별 협업이 이뤄졌다. 복지부-기재부는 이 '백신 생산공정교육' 과정을 공동 기획했으며, 복지부-산업부-연세대-인천시-외교부는 해외 교육생들이 국내에 신속히 입국할 수 있도록 각 지역 한국공관과 협력해 비자발급에 힘썼다.

진흥원은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방역대책을 수립 및 행정적 지원에 나섰으며, 연세대 K-NIBRT 사업단은 진흥원 관리 하 선발 교육생들의 교육을 책임졌다.

ADB와 복지부는 함께 교육과정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을 부담했다.

김성보 부단장은 "한국에서 국제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사회공헌적 교육을 운영한 데 의미가 있다"며 "복지부, 외교부, 진흥원 등 모든 협력기관들이 발로 뛰며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활동들이 결국 한국의 인지도와 로열티로 이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에게도 연결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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