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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미생물, 햇빛 없이 살아남는 이유는 '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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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미생물, 햇빛 없이 살아남는 이유는 '수소'

2023.02.07 01:00
호주 모나시대
바다 속 깊은 곳.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바다 속 깊은 곳.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심해 미생물이 햇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어떻게 생존하는지는 학계의 수수께끼였다. 해양 미생물 대다수는 광합성으로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지만 심해 미생물에게 광합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해 미생물 생존의 비밀은 바다에 풍부한 수소(H2)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크리스 그리닝, 레이첼 래팬 호주 모나시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심해 미생물의 주요 에너지원이 수소라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했다. 

 

육지 미생물은 대기 중 수소를 섭취하며 살아간다. 앞서 학계는 해양 미생물 또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실제로 수소를 소비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심해 미생물이 어떤 연료로 생존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5년에 걸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뉴질랜드 주변 아열대 해역과 아한대 해역 및 호주 주변의 온대 해역에서 14개의 해수 샘플과 8종류의 심해 미생물을 수집했다. 먼저 각 해수에서 수소의 산화 양상을 관찰했다.

 

분석 결과 수소의 산화 속도는 해수를 수집한 지점의 깊이와 관련이 있었다. 더 깊은 곳일수록 그리고 수온이 높을수록 수소는 빠른 속도로 산화했다. 특히 해수면에서 채취된 해수와 비교했을 때 깊은 바닷속에 있는 해수에서 차이가 극명했다. 

 

연구팀은 수소가 산화하는 속도에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수집한 심해 미생물에 대해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에는 메타게노믹스란 기법이 사용됐다. 이 기법은 미생물을 분리하거나 배양하지 않고 시료에서 직접 DNA를 추출한다. 이어 시료에 담긴 모든 미생물의 혼합된 DNA를 염기서열분석을 통해 확인한다. 혼합된 미생물의 DNA를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미생물 군집에서 어떤 대사 과정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심해 미생물의 유전자에선 수소를 산화시키는 독특한 유전자가 발견됐다. 서로 다른 해역에서 채집된 미생물들에게서 동일한 유전자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일산화탄소(CO)의 화학작용을 활용해 수소를 연료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그리닝 교수는 “빛이 침투할 수 없을 정도로 깊거나 영양분이 부족한 깊은 바닷속에선 화학합성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열대 섬 주변, 남극 대륙 빙붕 아래 등 모든 지역에서 발견된 심해 미생물이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초의 생명체가 태양빛이 아닌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리닝 교수는 “37억 년 전 심해 밑바닥에서 출현한 태초의 생명체는 현재의 심해 미생물과 유사한 방식으로 에너지원을 획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소는 우주 미생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우주생물학'에서 화성 지하의 미생물이 방사선 분해로 분리된 물 분자에서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며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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