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가 말하는 디지털헬스 성공 열쇠
"건보 기반 한국, 디지털치료제 등 쓸 준비 돼 있는지 미지수"
데이터 창출 위한 수가, 글로벌 시장 이해할 전문 인력 등 강조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도 꾸준히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강조하지만 관련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1조3,539억 원으로 0.6%에 불과했다.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성공이 성공하려면 ‘비즈니스’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쓰면 좋다’가 아닌, 환자의 치료비용 절감, 진료 정확도 향상 등 ‘뚜렷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서울의대를 졸업한 내과 전문의로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인 '멕킨지'에서 경영컨설턴트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했으며 삼성서울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그 이후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카카오벤처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투자 업무를 맡고 있다.

김치원 상무는 최근 책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2: 실전편'을 펴냈다.

이처럼 임상과 산업 현장을 모두 경험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인 김 상무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2: 실전편〉을 출간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방법을 다룬 신간이다. 이 책은 의료시장의 특성에서부터, 보험 적용을 받은 디지털 기기들의 사례 및 협업을 통한 사업 확장 모델 예시 등 사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상무는 '지금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목표를 미국 시장에서의 보험 적용으로 설정해야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질병 치료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용도로 기기를 개발하고, 조직 검사와 의료 기록을 결합하는 등 보다 많은 데이터의 합산으로 그 정확성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한국만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 내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영역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왜 한국이 아닌 미국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김 상무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한계를 지적하며 육성 전략을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한계를 지적하며 육성 전략을 이야기했다(ⓒ청년의사).

-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려면 비즈니스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용도를 명확히 설정해서 실제 임상 영역에서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확진 등 당장 수용되기 어려운 주요 의료 영역보다는 동반 진단(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미리 알아보는 진단법)이나 의료 인공지능(AI) 영역이 용이할 것이다.

예를 들어, 조현병을 진단하는 뇌파를 개발한다고 하면 활용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반면 조현병 약을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값싼 것부터 비싼 약까지 차례대로 환자에게 적용한다. 하지만 뇌파를 통한 진단으로 특정 환자가 ‘값싼 약들이 잘 듣지 않아 처음부터 비싼 약을 사용하면 좋다’는 것을 잡아낼 수 있다면 보험회사에서 충분히 가치 있다고 여길 것이다.

단순히 환자의 건강 이상이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 기기를 씀으로써 ‘환자가 이만큼 좋아졌어’를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커야 하고, 그러려면 치료와 연관성이 가까워야 한다. 디지털 기기의 영향력이 치료 방법과 멀 경우, 어떠한 차이가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단순 추적관찰을 할 가능성이 높고 환자에게 별 효용이 없을 수 있다.

-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중 용도를 잘 설정한 모델이 있다면.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이 개발한 루닛 스코프다. 루닛 스코프는 병리 조직 검사로 면역항암제(키트루다)가 표적으로 하는 특정 유전자(PD-L1)가 발현된 암세포를 검출한다. 이를 통해 항암제가 잘 들 환자를 발굴하면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그 약을 쓸 대상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좋고, 보험사 입장에서도 의미 없는 치료로 소비될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좋다.

-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만의 트렌드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이 광범위해서 특징지어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근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하고 있는 모델로 예를 들어 보자면 이중 데이터를 활용하는 회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알피(ARPI)라는 회사가 있는데, 응급실에 온 환자들의 엑스레이, 심전도 판독 결과뿐만 아니라 EMR을 참고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연결해서 자료화했다. 이런 경우 인공지능 수준이 엑스레이만 본 사람이나, 심전도만 본 사람의 수준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프리베노틱스도 주목할 만하다. 위내시경에 대한 진단 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중 데이터를 사용해서 정확도가 높다. 내시경 사진만 의사에게 보여주고 소견을 자료화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진의 실제 조직 검사 결과까지 결합해서 답을 단 것이다. 진단 정확도 이외에도 프리베노틱스가 대장내시경이 아닌 위내시경 진단 기기를 만들었다는 점도 인상 깊다. 위내시경이라는 분야가 한국에서 미국보다 더 많이 연구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미국 진출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선도적인 나라에 가서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

- 미국 시장 진출을 강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 시장에서는 이윤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의료비가 싸기 때문에 보험을 적용해도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건강보험 이외 체계가 마련된 것도 아니다. 보험 외의 방법에는 고용주에게 디지털 헬스케어 상품을 파는 것이나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이 제공하는 물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거래 형태)가 있는데 두 형태 다 한국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는다.

- 한국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수가가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수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발표된 바에 따르면 ‘가치 입증 전까지는 원가 기반으로 주겠다’고 한다. 이 원가 기반이라는 게 임상시험에 들어간 비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 소프트웨어 납품 기준이 따로 존재한다. 결국 얻을 수 있는 이윤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가치 입증이 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말했듯 한국은 의료비가 싸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제로 그것의 80%를 받는다고 하면 의미 있는 매출이 되기 힘들다. 또한 수가 문제가 해결되고, 효용성이 증명되더라도 한국 의료 시장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쓸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 그렇다면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디지털 헬스케어 수출 산업까지 생각했을 때, 국내에서 최소한의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데이터 창출을 위한 수가가 책정됐으면 한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익성 있는 용도 설정이 필수인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를 경험한 인재가 필요하다하지만 국내에는 그런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구조도 구축돼야 한다.

의료인들도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개념이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환자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처방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처방도 해보고, 실제로 사용해보는 등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

-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로서 의대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용어처럼 느껴지지만 언젠가 디지털 치료 방식이 자연스러워진다면 그저 ‘헬스케어’로 남을 것이다. 의료의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므로 향후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잘 진료하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두는 게 좋다.

관심을 두는 방법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다루는 기업에 직접 연락해보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장기적으로 세미나를 하는 곳이 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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